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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그랑로젯] [이야기] good-night-kiss2022-01-11 16:00
카테고리기타
작성자 Level 10


  나는 노인들을 위한 요양소에서 저녁 당번 간호사로 일한다.

오후 늦게 요양소에 도착하면 우선 각 방에 들러서 노인들과

환담을 하며 노인들의 건강 상태를 살펴본다.

  이 때즘이면 크리스 할아버지와 케이트 할머니는 커다란 앨

범을 무릎에 놓고 사진들을 보며 옛날 애기를 하고 계신다.

 케이트 할머니는 자랑스런 얼굴로 내게 사진들을 보여주신다.

사진 속의 크리스 할머니는 검은 머리에 예쁘장하며 항상 웃고

있다. 이제는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두 노인은 앨범 속에 영

원히 기록된 추억을 돌아보며 미소짓는다.

  창문에서 들어온 빛이 주름진 얼굴과 하얀 머리를 부드럽게

비춘다. 너무도 사랑스러운 광경이다.

  나는 생각한다. 도대체 젊은 사람들은 사랑이 뭔지도 모른다

고. 그렇게 귀중한 보물을 자기들이 독차지했다고 생각하다니

참 어리석기도 하다고. 나이가 들어서야 우리는 진실한 의미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그 때까지 젊은 사람들은 그냥

추측이나 해보는 수밖에 없다. 요양소 직원들이 저녁을 먹고

있을 때면 케이트 할머니와 크리스 할아버지는 손을 꼭 잡고

식당 앞을 지나가신다. 그러면 우리는 어느새 두 사람의 사랑과

헌신에 대한 애기를 시작한다. 또 둘 중 한 사람이 죽으면 남은

한 사람이 어떨까에 대한 애기도 한다.

  둘 중 강한 사람은 할아버지였다. 그래서 할머니는 항상 할아

버지께 의존을 했다.  '크리스 할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시면 도대

체 할머니는 어떻게 살아갈까?' 우리는 생각을 해보곤 했다.

  두 분의 취침 시간은 종교적 의식을 연상케 했다. 저녁에 드실

약을 가지고가 보면 할머니는 잠옷을 슬리퍼를 신고 의자에 앉아

서 나를 기다리고 계신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약을 드시고,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의자에서 일어나 침대

에 눕도록 도와주신 후 이불을 잘 덮어드린다. 이런 사랑의 행동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한다.  '세상에! 왜 노인들의 요양소에는

더블베드가 없는거지? 두 분은 일생 동안 같은 침대를 쓰셨는데

이제 요양소에 와서 각기 다른 참대를 쓰셔야 하다니! 그래서 밤

새도록 떨어져 있어야 하다니! 정말 바보같고 쓸모없는 규칙이잖아!'

크리스 할아버지는 할머니 침대 위에 있는 불을 끄신 후, 몸을

기울여 할머니에게 굿나잇 키스를 해주시고 할머니의 주름진 볼을

두들겨주신다. 그리고 두 분은 서로에게 행복한 미소를 보내신다.

  할아버지는 할머니 침대의 손잡이까지 얼려주신 후에야 당신 약

을 받아드신다. 내가 문을 열고 방을 나갈 때쯤 할아버지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린다.

  "잘자요, 여보."

  그러면 창가에 놓인 침대에서 할머니가 대답하신다.

  "잘자요, 여보."

  어느날 나는 이틀을 쉰 후 직장으로 돌아갔다.

  "크리스 할아버지가 어제 돌아가셨어."

  간호사실에 들어서며 처음으로 들은 소식이었다.

  "어떻게?"  "심장마비. 순식간에 일어났어."

  "할머니는 어떠셔."

  "아주 나빠."

  케이트 할머니의 방에 가보았다. 할머니는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

놓고 의자에 앉으셔서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계셨다. 나는 할머니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할머니, 저예요. 필리스예요."

  눈동자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앞만 바라보셨다. 나는 할머니의

턱 및에 내 손을 대고 천천히 할머니의 얼굴을 돌려서 나를 보시도록

했다.

  "할머니, 크리스 할아버지에 대한 소식 들었어요.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크리스'라는 소리에 할머니는 번쩍 정신을 차려셨다. 그리고 어떻

게 갑자기 내가 당신 앞에 있게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눈으로 쳐다보셨다.

  "할머니, 필리스예요."  나를 알아보시고 할머니는 눈물을 흘려셨다.

눈물이 주름지 얼굴을타고 흘러내렸다.

  "크리수가 죽었어."

  할머니가 속삭이셨다.

  "알아요. 알고 말고요."

  한동안 간호사들은 케이트 할머니를 극진히 돌보며, 방으로 식사를

가져다 드리는 등 특별히 신경을 써드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할머니는

예전의 생활을 되찾기 시작하셨다. 하지만 할머니의 방 앞을 지나다

들여다 보면, 할머니는 앨범을 무릎에 놓고 앉아서 슬픈 표정으로 크

리스 할아버지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계셨다.

  할머니는 하루 중 취침 시간을 가장 힘들어 하셨다. 할머니가 원하

셔서 우리는 할머니를 할아버지의 침대로 옮겨드렸다.

  간호사들은 취침 시간이 도면 할머니의 침대를 둘러싸고 이불을 덮

어드리며 즐거운 애기를 해드렸다.

  그래도 마찬가지였다.

할머니는 잠을 잘 시간이 되면 슬픔을 억제하지 못하고 더욱 몸을 움츠리셨다.

할머니를 침대에 뉘여드리고 한 시간쯤 지나서 가보면 아니나 다를까,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천정을 바라보고 계셨다.

  몇주가 지났다. 그래도 전혀 나아지지를 않았다. 할머니는 여전히

초조해 하고 불안해 하셨다.

  '왜 그러지?' 나는 생각해 보았다. '왜 밤이 되면 더 하시지?'

  어느날 저녁, 할머니 방에 들어가 보니 할머니는 여전히 눈을 말똥

말똥 뜬 채 깨어 계셨다. 나는 충동적으로 물어보았다.

  "할머니, 혹시 할아버지가 해주시던 굿나잇 키스 때문에 그러는 것아니세요?"

  그리고 나는 몸을 굽혀서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에 키스를 해 드렸다.

  마치 내가 수문을 열기라도 한 듯 할머니의 눈에 눈물이 넘쳐 흘렸다.

할머니는 내 손을 꼭 잡으셨다.

  "크리스는 자기 전에 꼭 굿나잇 키스를 해주었어."

  그리고 할머니는 우셨다.  "알아요."

  내가 속삭였다.

  "너무 보고 싶어. 그 많은 밤에 크리스는 굿나잇 키스를 해줬어."

  눈물을 닦아드리자 할머니는 말씀을 이으셨다.

  "굿나잇 키스 없이는 잠을 잘 수가 없었어."

  할머니는 눈으로 감사의 표시를 하며 나를 바라보셨다.

  "굿나잇 키스를 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할머니의 입가에 조그만 미소가 돌아왔다.  "그런데..."

  할머니는 비밀을 애기하듯 속삭이셨다.

  "크리스는 노래도 불러주곤 했어."

  "그랬어요?"

  "그래."

  할머니는 하얀 머리를 끄덕이셨다.

  "밤마다 누워서 그 노래 생각을 해."  "어떤 노래였어요?"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시고 내 손을 꼭 잡은 채 목소리를 가다듬으셨다.

  그리고 이제는 연세 때문에 작아진 목소리로 부드럽게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셨다.


  "키스를 해주세요. 내 사랑. 그리고 헤어져요.

  내가 너무 늙어서 꿈을 꾸지 못할 때에도  그 키스는 내 마음속에 살아 있을 거예요."


---------- 지은이 : 필리스 볼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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